핵융합 승부처 된 초전도 테이프 공장

핵융합 발전의 경쟁력은 원자로 설계만으로 결정되지 않아요. 독일의 핵융합 스타트업 **프로시마 퓨전(Proxima Fusion)**은 핵심 소재인 초전도 테이프를 직접 생산하며 공급망까지 확보하려 하고 있어요.
1. 프로시마 퓨전, 1억4천만 유로 공장 건설
프로시마 퓨전은 **핵융합용 고온 초전도체 테이프 생산 공장에 1억4천만 유로(약 1억6,26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에요. 원자로의 핵심 부품을 외부 공급망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전략입니다.
공장 건설에는 공공 자금과 민간 자금이 함께 투입될 예정이에요. 독일 니더작센주는 이 가운데 2,100만 유로를 지원하며, 핵융합 산업을 지역의 차세대 제조업으로 육성하려는 의지를 보여줬어요.
이번 투자는 프로시마 퓨전이 최근 조달한 4억1,100만 유로의 대규모 자금과도 연결됩니다. 이 투자 유치로 회사는 자금력이 가장 탄탄한 핵융합 스타트업 중 하나로 올라섰어요.

2. 핵융합의 핵심 소재 HTS 테이프
HTS(High-Temperature Superconducting) 테이프는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에서도 초전도 특성을 유지하는 소재예요. 핵융합로 내부의 플라스마를 안정적으로 가두는 강력한 자기장을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초고온 플라스마가 원자로 벽에 닿지 않도록 제어해야 해요. 이때 HTS 테이프로 제작한 자석이 플라스마를 원하는 공간에 가두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HTS 테이프는 약 10여 년 전부터 현재 세대의 핵융합 스타트업을 가능하게 한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어요. 기존 초전도체보다 높은 온도에서 강한 자기장을 만들 수 있어 원자로를 더 작고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원자로 한 기에 필요한 길이만 2만㎞
프로시마 퓨전의 실증 플랜트에는 무려 2만㎞의 HTS 테이프가 필요해요. 이는 서울과 뉴욕을 왕복하고도 남는 규모로, 핵융합 상용화에 막대한 소재 공급 능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상업용 발전소에서는 실증 플랜트의 두 배인 약 4만㎞가 필요할 전망이에요. 실험실에서 기술을 검증하는 것과 실제 발전소를 반복 건설하는 일 사이에는 상당한 제조 격차가 존재하는 셈입니다.
따라서 자체 생산 공장은 단순한 비용 절감 시설이 아니에요. 원자로 개발 일정에 맞춰 품질과 물량을 관리하고, 향후 발전소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에 가깝습니다.

4. 중국·일본 중심 공급망을 유럽으로
현재 HTS 테이프의 대부분은 중국과 일본에서 생산되고 있어요. 핵융합 시장이 커질수록 특정 지역에 집중된 공급망은 가격과 납기, 지정학적 변수에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프로시마 퓨전이 직접 생산에 나선 배경도 여기에 있어요. 핵심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원자로 설계를 완성하더라도 실증이나 상용화 일정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회사는 소재 조달부터 원자로 제작까지 공급망을 수직적으로 통합할 수 있어요. 유럽 입장에서도 아시아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핵융합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5. 데이터센터에도 필요한 초전도 기술
HTS 테이프의 활용처는 핵융합로에만 국한되지 않아요. 전력 사용량이 빠르게 증가하는 데이터센터의 전송 효율과 전력 밀도를 높이는 기술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Veir 같은 기업은 메가와트급 초전도 시스템을 데이터센터에 적용하려 하고 있어요. 같은 공간에서 더 많은 전력을 손실 없이 전달할 수 있다면 AI 인프라 확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병목을 줄이는 데 유용합니다.
앞으로 핵융합 발전이 HTS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소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데이터센터 수요까지 늘면 소재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있어요. 프로시마 퓨전의 공장 투자가 개별 스타트업의 제조 전략을 넘어 에너지와 AI 인프라 공급망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히는 이유입니다.
마무리하며
프로시마 퓨전의 선택은 핵융합 경쟁이 이제 원자로 아이디어뿐 아니라 핵심 소재의 생산 능력을 겨루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줘요. 기술이 뛰어나도 수만㎞에 달하는 초전도 테이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상용화는 어렵습니다.
앞으로 핵융합 기업을 살펴볼 때는 투자 규모나 발전 목표와 함께, 소재·부품 공급망까지 준비했는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요. 차세대 에너지의 승부는 실험실이 아니라 공장에서 갈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