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배상 줄이면 전력망은 안전해질까

산불을 일으킨 전력회사의 배상 부담을 줄여주면 전력망 투자가 늘어날까요? 캘리포니아에서는 이 논리를 둘러싸고 전력 공급 안정과 피해자 권리 중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치열한 충돌이 벌어졌어요.
1. 뉴스om의 전력회사 구제안이 담은 내용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추진한 방안은 산불 책임을 지는 전력회사의 재정적 부담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주정부는 소송과 배상금이 늘어나면 인프라와 추가 전력원에 투자하기 어려워져 전기요금까지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거론됐어요.
-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 전력회사가 부담해야 할 산불 관련 배상 범위를 줄일 수 있어요.
- 보험사의 대위변제 제한: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책임 있는 전력회사에 비용을 청구하는
대위변제(Subrogation)가 어려워져요. - 변호사 보수 상한 설정: 피해자 측 법률 대리인의 보수를 제한해 소송 접근성이 낮아질 수 있어요.
문제는 이 방안이 8개월간의 회기 종료 직전에 비공개 협상을 통해 추진됐다는 점이에요. 수정하거나 공론화할 시간이 부족해지면서 피해자 단체는 이를 ‘막판 구제금융’이라고 비판했어요.

2. 산불기금은 정말 고갈 위기일까
피해자 단체 Every Fire Survivor’s Network(EFSN)는 구제안의 전제부터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어요. 캘리포니아 산불기금이 곧 고갈될 것이라는 주정부 주장과 달리, 자체 분석에서는 충분한 지급 여력이 남아 있다는 설명이에요.
EFSN이 인용한 모델에 따르면 산불기금의 지급 능력은 380억 달러, 예상 청구액은 100억~150억 달러 수준이에요. 조이 첸 EFSN 사무총장은 주정부가 이를 반박할 구체적인 데이터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어요.
따라서 핵심은 단순히 전력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보호할 것인지가 아니에요. 실제로 긴급한 재정 위기가 존재하는지 먼저 투명한 수치로 검증해야 한다는 요구예요.
3. 반복된 산불과 소비자 비용 전가
캘리포니아 전력회사들은 과거에도 설비 관리 실패로 발생한 산불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려 했어요.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 PG&E 송전선에서 시작된 캠프 파이어예요.
이 화재로 PG&E는 비자발적 과실치사 84건 등에 유죄를 인정했고, 피해자들은 수년을 기다린 끝에 135억 달러 규모의 합의를 받았어요. 이후 PG&E는 산불 예방 투자를 이유로 요금 인상을 승인받았고 고객의 월 전기요금은 13% 올랐어요.
2007년 위치 크리크 화재를 일으킨 SDG&E도 손실 일부를 요금으로 회수하려 했지만 규제기관이 거부했어요. 2025년 19명이 숨진 이튼 화재와 관련해서도 SCE는 보험으로 충당하지 못한 손실을 향후 전기요금에 반영할 계획을 밝힌 상태예요.
4. 로비와 광고가 만든 여론 논란
구제안 추진 과정에서는 전력회사의 막대한 로비와 우호 단체를 활용한 광고도 논란이 됐어요. 소비자단체 Consumer Watchdog는 ‘Wildfire Victims First’가 실제 피해자 중심 단체처럼 보이지만 전력회사 자금이 투입된 조직이라고 주장했어요.
보고서에 따르면 이 단체 구성원의 66%가 전력회사로부터 직접 자금을 지원받았어요. 대변인 역시 뉴섬 전 주지사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였으며, 광고 제작에는 뉴섬의 정치 컨설팅 업체와 연결된 회사가 참여했어요.
또한 PG&E·SDG&E·SCE는 2025~2026년 회기 첫 6개 분기 동안 약 1,700만 달러를 로비에 지출했어요. 세 회사가 뉴섬의 선거운동과 관련 활동에 제공한 금액도 약 100만 달러로 집계돼 정책 결정의 독립성에 의문이 제기됐어요.

5. 보상 경계선이 실제 피해를 가르는 문제
주의회가 마련한 대안에도 허점은 남아 있었어요. 특히 지도에 표시된 화재 경계선만으로 보상 자격을 판단하면 연기, 대피, 재산 훼손처럼 경계 밖에서 발생한 피해가 제외될 수 있어요.
조이 첸의 집은 이튼 화재 경계선이 부지를 가로질러 주택은 밖에, 닭장은 안에 포함됐어요. 불과 약 120미터 떨어진 곳에서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이 기준대로라면 주택 피해는 보상받기 어려울 수 있어요.
피해자들이 내건 ‘No Lines Between Survivors’라는 구호는 이런 행정적 선긋기를 비판해요. 화재 지도는 불길의 범위를 보여줄 뿐, 개인이 겪은 생명 위협과 연기 피해까지 정확하게 측정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마무리하며
2025년 세 전력회사는 100억 달러가 넘는 이익을 거두고 30억 달러 이상의 배당금을 지급했으며, CEO 보수로 약 6,000만 달러를 사용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책임 제한이 먼저 추진되자 피해자들은 “배상 문제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대형 화재를 일으키는 구조가 문제”라고 반발했어요.
결국 2026년 8월 28일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뉴섬의 제안을 막았어요. 앞으로 필요한 것은 막연한 재정 위기론이 아니라 설비 안전 투자, 책임 있는 비용 분담, 실제 피해를 반영한 보상 기준을 데이터로 검증하는 과정이에요.






